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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2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봤다. 재미는 있었다. 안타까웠다.



영화 전체가 타협의 산물이었다. 이럴 땐 패러디, 이럴 땐 클리셰, 이럴 땐 정석대로. 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킹스맨은 이런 영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킹스맨은 태생 자체가 아웃사이더다. 007을 찬미하지만 007을 패러디한다. 구세대와 신세대를 교차시켜 유쾌한 첩보물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 라는 느낌이 강했다. 허무하게 죽는 멘토, 신사적이지 않은 갱스터 스타일 첩보원, 죽음에 관한 가벼운 묘사, 햄버거를 먹고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으며 와이파이로 사람을 학살하는 악당, 클리셰를 비꼬듯이 틀어버리는 전개와 캐릭터 속에서 007의 흔적인 양복과 슈퍼테크 아이템들이 주인공을 보조하는 아이러니함 속에 진행되는 킹스맨은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였다. 장렬한 세대교체를 했던 스카이폴과는 다른 노선 속에서 즐겁게 날뛰는 캐릭터를 보는 맛이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킹스맨2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킹스맨2는 딱 킥애스 2와 비슷한 노선을 걷는다. 킥애스 2를 볼때 느꼈던 감정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때와는 다르게 꽤 재밌게 본 편이지만 그건 어쨌든 액션씬이 예술적이었기 때문이다. 액션씬 하나는 칭찬할 만 하다. 도입부의 차량액션씬은 예술적인 시퀀스였고, 위스키의 술집액션(이쪽은 시리즈가 장기화될 수만 있다면 매 넘버링마다 나오면 재밌을 듯한 느낌이다)이나 마지막 롱테이크 액션씬도 꽤 깔끔했다. 말도 안 되는 액션이지만 잘 살렸다. 물론 해리가 개랑 씨름하는 장면은 없느니만 못했다. 그런 거 빼고 그냥 포피가 사지에 파워슈트 달고 해리랑 쌈박질 하는 장면이 더 쌈마이한 맛이 있었을 텐데. 마지막에 엘튼존이 배터리 빼버린다던가 하는 걸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전작이 클리셰 파괴물이었다면 이번은 그냥 클리셰물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너무 각본대로 움직인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을 현대적으로 만들었다면 딱 이런 영화에 가까웠을 것이다. 킹스맨을 싸그리 날려버린 충격적인 전개와는 다르게 너무너무 평탄하다. 애초에 포피 아지트는 너무 쉽게 알아내서 왜 이제까지 숨겨졌나 의문이 들 정도다.

킹스맨 스테이츠맨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스테이츠맨 설정은 꽤나 좋았다. 특히 위스키의 존재감이 대단함. 절도있는 영국신사인 킹스맨과는 다르게 술을 좋아하고 자유로운 미국신사를 잘 표현해줬다. 우산과 가방이 주요 아이템인 킹스맨과 채찍과 로프가 주요 아이템인 카우보이 스테이츠맨의 대비는 꽤 세련된 느낌의 대비.


주요 루키 둘은 다음 영화에나 등장할 모양인데 이게 무슨 어벤져스도 아니고 이런 식의 캐릭터 소모는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특히 이번작은 캐릭터 소모, 쓸데없는 캐릭터 소모가 너무 많다. 멀린의 퇴장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는 킹스맨이라면 그 상황에서 지뢰가 안 터져서 뻘쭘한 멀린의 모습이 나왔을 것이다. 이젠 맥거핀이 되어버린 거대한 칼로 멀린이 한명쯤 썰어버린다던가 했어야 정상이고. 록시는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싶다.


그리고 위스키도. 그래도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였는데 정말 의미없이 갈아버렸다. 분쇄기 컨셉도 첫 등장이나 의미가 있지 안티히어로 느낌의 캐릭터를 그냥 대책없이 분쇄기로 두번이나 갈아버렸어야 했을까. 곳곳에서 느껴지는 안이함은 첫 서두에서 말했던 대로 안타깝다.





킹스맨 포피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메인빌런인 포피는 가장 안이한 캐릭터 설정이었다. 적당한 광기, 적당한 행동원리, 적당한 사고구조, 적당한 패턴... 발렌타인에 비교하면 매력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구 007 시리즈의 빌런들보다도 더 매력이 없다. 아지트 컨셉은 꽤 괜찮았는데 그걸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고... 오로지 기억에 남는 건 엘튼 존이다. 그놈의 엘튼 존! 이런 씬스틸러 같으니!

한두발짝만 더 움직여 줬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빌런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할 말도 없어. 너무 대충 만든 캐릭터니까. 찰리에 이르러선...그만 하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차라리 암아겟돈이 더 존재감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찰리 여자친구로 나온 클라라를 연기한 여배우가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그게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펜사터키랑 느낌이 너무 닮은 거다. 거기도 약쟁이 컨셉이었는데... 찾아보니 다른 인물이다. 목소리부터 입모양이 꽤나 닮았는데 다시 보니 느낌이 조금씩 다르네.


그 유명한 anal!을 외친 왕녀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긴 하다. 배우도 첨 볼땐 나이들어 보였는데 보면볼수록 매력있는 페이스인 것 같다. 이쪽 비중이 좀 과하게 크긴 했지만, 원래 매력적인 첩보원은 사랑하는 여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정돈 애교로 봐줄 만 했다.




기억에 가장 남는 씬 :

도입부에서 찰리랑 싸우는 초반부 액션시퀀스. 이쪽은 역대급이었다.

스키장 에피소드.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이왕 오마주할거면 스키 한번 제대로 타줬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아직도 007의 설원은 완벽한 씬이라고 생각한다). 위스키의 분투 또한 남자의 로망을 제대로 표현한 화려한 쌍권총 액션이었다. 서부영화도 이정도론 안해줬다고.

엘튼 존. 친구.



정말 끔찍했던 씬 :

두 번째 분쇄기. 위스키는 그렇게 급하게 마시라고 있는 술이 아닌데.

클라라 꼬시는 거. 정말 쓰레기같은 장면들의 향연이었다. 어중간한 축제분위기, 익숙하지만 전혀 새로움이 없는 헌팅장면, 딱히 고뇌하지도 않는데 고뇌하는 척 하는 주인공, 추적기 심는 장면까지 이 부분은 그냥 들어내고 상영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았을 것이다. 뭐냐 이 악취미적인 개그들은. 이런 거 초딩도 안 웃어줄 거 같은데 문제는 이거 19금이라고.

누가 봐도 노린 대통령&부통령 씬들. 이봐요들, 트럼프가 싫은 건 알겠는데 풍자도 노골적으로 하면 그건 풍자가 아니고 삐라지.



평가를 하자면 무난한 팝콘무비, 하지만 킹스맨이 아닌 그 무언가.

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그럼에도 꽤 재밌었다. 이런 장르 영화는 흔치 않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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